'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' 라는 영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.
어느 날 묵묵히 회사를 다니던 남편(츠레)이 스스로도 모를만큼
우울증이 심하게와서 몸도 아프고, 의지가 상실되자
아내는 퇴사를 강하게 요구하고, 마지막 출근길을 동행한다.
그리고 처음으로 출근시간 지옥철을 피부로 느끼며 남편 귓가에 속삭인다.

' 지금껏 이렇게 괴로운 걸 잘 참아줬네요. 고마워요 '

이 말에 큰 위안을 받고 우는 남편. 최근 내가 우울증에 힘들어해서 본 영화이다.
깨달은게 살아오면서 해왔던 선택, 노고를 무모함으로 단정짓지 않는 것이다.
자신이 어떤 노력을했고, 고생스러웠는지 세상에 나말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없다.
내 자신이 한심스럽고, 초라하다고 자책하자 친구는 아니라며 위로했지만,
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침체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.

저 영화를 처음볼 땐 몰랐는데, 두번째보니 좀 정리되는 것 같다.
그밖에 생각나는 장면이 집에서 요양중인 남편에게
아는 형이 찾아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거냐며 힘내라고 하던 날
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면서 그가 하던 말.

' 힘이 날 방법을 모르겠는데, 어떻게 내라는거야 '

나도 힘내란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이라 뜨끔했다.
그래서 앞으로 힘들어하는 타인에게도 그사람이 해왔던 수고와 노고를
위로하는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. 거울보며 얘기하는 건 성격에 안맞고 ㅇ ㅇ;
키우고있는 화분에게 말해주는 걸로 풀고있다.

5월달에 만개한 꽃들이 예뻐서 산건데, 그 때만큼은 아니더라도
여전히 꽃을 피우고있고, 계속 줄기를 뻗고있다.
그냥 내가 건네주는 말의 영향이라고 믿기로했다.

말하면서 듣는나도 마음이 좋아진다.




화분을 구입한 날





현재